'그림 기리자'
초딩 3학년즈음 이었나보다.
대구 대명동 앞산 (vor의 앞이 아니라 레알 산이름임-Berg 앞) 의 정기를 받은 자그마한 남덕 초등학교에 그림 잘그리는 3명의 꼬마가 있었다. 실명을 거론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미안하다 세정아 잘지내니. 여튼 세정이, 덕긔, 그리고 한 아이.
(가끔 이 아이가 떠올라 이름을 기억해내려 하지만 매번 결코 생각나지 않는다. 짜증이 난다.)
난 이 아이가 정말 부러웠다. 그림을 너무 너무 잘 그렸다. 초등학생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발한 상상력 그리고 무엇보다 담백한 그림체. 천부적 재능의 벽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시벌탱.
아직도 그 친구가 미술시간에 그렸던 그림이 기억난다. 아이비가 담긴 화분을 화선지에 담담하게 그려냈고 기가 멕히다 생각했었다.
내가 자각하는 처음의 '미술' 이었다.
오래 지나도록 친구로 남고 싶었지만 그 친구는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백혈병으로 떠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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