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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두 번 다시는'
흔들리는 S-Bahn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베를린의 겨울을 여지 없이 보여준다. 앙상한 나무가지, 차가운 회색 건물 사이로 간혹 보이는, 쓸데없이 고퀄인 그래피티. 당연하겠지만 여러 도시를 돌아 다녀보아도 베를린의 냄새를 찾을 수 없었다. 길거리에 널부러져있는 담배꽁초, 다리 밑을 지날 때면 반기는 찌릉내, 심심찮게 만나는 개똥. 하지만 나는 이런 베를린이 좋다. 실기시험을 본 후 도착한 베를린은 언제나 덕긔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인다.
2016년 초. 아직 찬 바람이 가시기 전의 일이다. 유학원을 통해 소개 받은 첫 숙소는 '지크프리트'라는 베를린 동쪽에 있는 아파트다. 퀸 침대가 두개, 큰 테이블과 깔끔한 부엌, 참한 카페트를 가진 넓은 방. 아주 흡족했다. 단 3시간만.
그리 늦지 않은 밤 이었지만 피곤해 서둘러 씻고, 폰을 쥔 채 침대에 누웠다. 그 큰 방에 나혼자 이방인이 된 듯한 공포와 서늘함. 폰 불빛에 비친 내 양팔에는 1mm가 되지 않는 버러지 수십마리가 기어 다니고 있었다. 이것은 꿈이다 꿈이다.. 꿈 이어야만 한다. 듣는 이 없는 방에서 조차 난 속으로 소리 질렀다.
빨리 폰으로 벌레새끼에 대해 알아 보았다. 녀석들은 '배드버그' 또는 '빈대'이라 불리는 아주 악질적인 놈들이었다. 지난 수 십 년간 우리나라에서는 인체에 엄청 유해한 살충제 DDT 살포로 빈대란 빈대새끼들은 모두 박멸 되었고 오랜기간 나타나지 않았다 한다. 그런 벌레새끼들이 왜 내 인생 한 컷을 장식해야 하는가..하.. 다시 생각해도 빡친다. 슈바...ㅜ
유학원의 발빠른 조치로 덕긔는 다음 날 바로 숙소를 옮길 수 있었다.
'두 번 다시는' 그 두 번째 이야기 에서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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